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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시사철 초록빛 제주 자연으로의 초대

웹지기     입력 20.05.19 10:36


김보희 금호미술관 개인전 'Towards'd2f7686c5254b7ad23d98d0ea7c07b9e_1589852189_5789.jpg 

김보희 'The Terrace', 2019, 캔버스에 채색, 324x520cm(8점, 각 162x130cm) [금호미술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쫓기듯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도시인들은 녹음이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자연에서 안식을 얻는다. 많은 이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떠나는 이유다.

틈나는 대로 산과 강을 찾아다니던 작가는 약 20년 전 아예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 자연은 어느새 그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Towards'에서 김보희(68)는 제주의 자연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안개 낀 새벽부터 햇살 따사로운 낮, 붉은 노을 지는 저녁까지 다채로운 제주 풍경을 나누고픈 마음으로 캔버스에 옮겼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생활하던 작가는 2017년 이화여대 동양화전공 교수직 은퇴 후 제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제주도에 내려가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더 깊이 느꼈다"라며 "보는 이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숲, 작은 꽃과 씨앗, 반려견 등 그림은 모두 작가가 아끼는 것들로 가득하다.

정밀한 묘사가 돋보이지만, 온전히 보이는 대로 그린 것은 아니다.

작가는 "보고 싶은 것, 있게 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 같이 즐기고 싶은 것만 그렸다"라며 "사람이나 전봇대는 빼고 산천만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시사철 푸른 제주도에서 초록을 보고 힘을 얻었다. 초록색이 많아지는 등 그림도 많이 바뀌었다"라며 "또 세월이 흘러 70세에 가까워지니 황혼도 달리 보이고 옛날에는 보지 않던 것도 그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미공개작 36점을 포함한 회화 53점과 드로잉 2점 등 총 55점을 소개한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가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은 'The Terrace'가 맞이한다. 8개 캔버스를 연결해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한 대작이다.

바다가 보이는 나무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 반려견, 화분이 있고, 그 앞으로 야자수가 늘어섰다. 관객도 테라스에 서서 풍경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그린 바다 풍경 시리즈도 한층 장대해졌다.

3층에 걸린 'In Between'(2019)은 각각 하늘과 바다를 품은 두 개 캔버스를 이어붙여 가로·세로 4m에 달하는 대작이다. 색면추상을 연상케 하는 작품에는 옅은 푸른빛 하늘, 짙은 청색 바다가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공존한다.

옆 벽면에 자리 잡은 'The Days'(2011~2014)는 캔버스 27개를 이은 가로 약 15m짜리 대작이다. 인류가 존재하기 이전 태초 모습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동양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채색한다. 사실적인 묘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추상적 배경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관조한다.

그런 사유에서 나온 작품이 생명의 기원인 씨앗을 거대한 크기로 그린 'The Seeds' 시리즈와 씨앗부터 꽃, 시든 꽃잎을 한 작품에 담은 'Self Portrait'다.

방향성을 뜻하는 제목 'Towards'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생명이든지 종착점이 있겠지만 마지막 모습을 규정하기보다는 바라는 곳을 남겨놓고 향하는 자유를 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연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김보희 개인전 'Towards' 전시 전경.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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