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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드러낸 금감원 윤석헌..금융위와 온도차 해소 관건

웹지기     입력 18.07.10 14:28


근로자추천이사제·키코·삼성바이오 쟁점서 견해차
"법규 개정 사항 금융위와 협의"..금융위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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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두 달여 만에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윤석헌 금감원'의 색깔을 드러냈다. 혁신과제 중 일부는 금융위와 온도 차를 보여 혁신과제 실천을 위해선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5개 부문 17개에 걸쳐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의 혁신과제는 금융회사 감독강화를 토대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달성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원장은 "금융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 관행에 대해서 금융회사와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혁신과제 중 법규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금융위 등과 긴밀히 소통‧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난색 노동이사제, '근로자추천 이사제'로 바꿔 수면 위로

우선 근로자추천 이사제에서 입장차가 두드러진다. 윤 원장은 내년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시 근로자 등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올해 4분기부터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 개최와 근로자추천 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지난해 12월 내놓았던 권고안 때와 달리 금융위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노동자가 직접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에서 근로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가 되는 '근로자추천 이사제'로 한발 물러섰고,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밝힌 것도 금융위와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최종구 위원장은 노동이사제 권고 당시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윤 원장은 금융위와 협의 여부를 묻는 말에 "직접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최 위원장이 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이라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금융위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그러나 금융권 내에선 윤 원장이 이미 금융위가 난색을 보인 노동이사제를 '근로자추천 이사제'로 바꿔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린 것은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상견례를 가진 뒤 접견실을 나서고 있다. 2018.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키코와 삼성바이오 문제도 금융위와 온도 차

윤 원장은 키코(KIKO) 문제도 다시 꺼내 들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이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었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금융위에 키코 사태 전면 재조사를 권고했었지만, 최 위원장은 당시 "관련한 검찰수사가 있었고 대법원판결이 다 끝났다"면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윤 원장은 혁신과제에 '키코' 문제를 반영했다. 그는 "키코 등 과거 발생한 소비자 피해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 분쟁 현안은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를 통한 분쟁조정 신청(5개사) 처리를 위해 분쟁조정국·검사국 합동 전담반을 설치·운영하고, 공정한 분쟁처리를 위해 사실관계 등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필요 시 현장검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윤 원장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에 "원안 고수가 저희 생각"이라고 천명했다. 그간 금융위는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금감원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 왔지만, 윤 원장이 '원안 고수'에 재차 쐐기를 박으면서 금융위의 중재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금감원 내에선 윤 원장의 혁신과제 발표에 대해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서 청사진과 그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씀을 다 한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쟁점 사안에서 기존 금융위의 입장이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며 "(혁신과제에 대해) 협의가 됐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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