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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그림속광주]예술인촌 돼가는 동명동

웹지기     입력 18.09.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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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유진의 `우리동네 동명동’

 도심 한 복판이지만 참으로 조용한 동네다. 오밀조밀한 옛 동네이다보니 차들도 세게 달릴 수 없어 더 조용하다. 옹기종기 머리 맞댄 기와집들 사이로 늙은 나무도 기웃댄다.

 동명동. 우리에게는 광주의 옛 고급동네로 인식되는 곳이다. 7년전 작업실이 필요해 동명동 주택가로 이사온 서양화가 심유진씨는 무엇보다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동네에 아이들이 거의 없는데다 밤이면 너무 고요해서 적막할 정도지만, 사실 외로움이 아니라 평화로운 적막감이에요.”

 그는 2층 작업실에서 앉아 `우리동네 동명동’을 그렸다. 오밀조밀 풍경안에 오래된 기와집, 비교적 최신건물인 KT빌딩까지 겹겹이다. 허공에 불꽃놀이를 오버랩시켰다. “여기서 직접 보이진 않지만 옛 도청 쪽에서 5·18전야제 같은 때 가끔 불꽃놀이를 해요. 그런 모습과 고요한 동네를 합쳐보고 싶었어요.”

 동명동엔 광주의 근대 흔적이 남아있다. 심유진씨가 작업실을 겸해 살고 있는 2층집도 그렇다. 50년대에 이 곳엔 동명장이라는 여관이 있었고, 광주에 머물 만한 호텔이 드물었던 탓에 이승만 대통령이 광주에 오면 동명장에 머물렀다. 당시 동명장은 기와집들 사이로 두드러지는 이정표였던 셈이다.

 그러나 현대식 여관들이 광주 곳곳에 들어서면서 동명장도 문을 닫았다. 그 부지 한 켠이 심유진씨가 살고 있는 주택이 되었다. 원래 이 주택은 조선대 미대 학장이었던 진양욱씨가 지은 집이었다. 주춧돌을 보니 1974년. 33년째에 접어든 이 집 주변엔 시선을 확 끄는 고풍스런 향나무 울타리가 있다. 당시 동명장을 둘러쌌던 울타리라고 한다. 건물은 바뀌었으되, 나무는 60여 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켰다.

 동명동은 점점 변하고 있다. 심씨의 말을 빌면 `예술인촌’이 돼가고 있다. “예술의 거리도 가깝고 도심도 가까워 예술인들은 이 쪽에 작업실을 얻고 싶어해요. 기존 주민들이 나가면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문화예술계 사람들이죠.”

 그림 속 기와집도 고미술을 다루는 사설 미술관이고, 그 옆집은 건축사사무소다. 인근에는 음악하는 사람도 이사왔다.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원래 집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는단다. 동명동에 흠뻑 빠진 심씨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느라 다시 붓을 쥐는 데 몇 년의 공백이 있었고, 현실에 근거한 동화적 풍경이라는 자신만의 조형미를 다듬고 있다. 얼마전엔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 작품과 작업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동명동으로 옮겨오면서 작업의 변화가 크게 왔단다.

 서울에는 삼청동 일대에 북촌마을이 있다. 오랜 기와 부촌에 문화공간들이 스며들어 새로운 명소로 매김하고 있다. 동명동 역시 젊고 주머니 가벼운 예술인들이 둥지를 틀기엔 문턱이 다소 높지만, 광주에 또다른 빛깔의 문화지구로 매김할 싹을 보여주고 있다.

  이혜영 기자 taor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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