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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한 달..비핵화 험로 확인됐지만 대화동력 유지

웹지기     입력 18.07.10 14:14


정상회담 이은 폼페이오 방북서 성과 '미흡'..美조야서 비판론 제기
북미 모두 상호신뢰 불변 강조..'시간걸려도 접점찾기 가능'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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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 대화 [평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가운데 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회담 중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회담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이 열린 지 한 달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국면은 정상회담 직후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은 한국전쟁 이후 68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가 최고위급에서 만나 비핵화 및 안전보장, 새로운 관계수립 등 목표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프로세스를 예고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평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의 틀을 깨며 시도한 '톱다운'(Top down·정상간 합의를 시작으로 후속 협의를 하는 방식) 외교가 북미간 오랜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쳤지만 북미가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 조치를 크게 주고 받으며 속도감 있게 전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한미가 일부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림에 따라 그런 기대는 더 커졌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개최 20여일만에 이뤄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6∼7일 방북 결과는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폼페이오 방북을 계기로 미국은 핵신고, 검증 등 북한이 앞으로 이행할 비핵화 조치들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7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미국을 비판한 데서 북미 간에 간극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 계기 종전선언 발표를 제안했으나 미국이 뒤로 미루려는 입장을 취했다면서 미국이 비핵화의 상응조치 면에서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고 몰아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폼페이오 방북에 맞춰 비핵화 용어와 관련, 북한이 거부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제시했지만 북한은 두 표현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미국의 '비핵화 우선주의'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 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형국이다. 주요 한미연합훈련까지 중단한 상황에서 북한이 성의를 보여야한다는 미국과, 이미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키로 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한 만큼 미국이 종전선언 등 대북 안전보장 관련 행동을 해야 후속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의 생각이 서로 어긋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0일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물음이 제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 이견 드러낸 쟁점-1(CG) [연합뉴스TV 제공]북미 간 이견 드러낸 쟁점-2(CG) [연합뉴스TV 제공]북미 간 합의도출내용(CG) [연합뉴스TV 제공]

정상회담에 이은 고위급 후속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비핵화 및 대북 안전보장을 둘러싼 후속 협의는 일단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워킹그룹 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톱다운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 다시 '바텀업'(bottom up·실무급 합의를 시작으로 고위급 후속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돌아간 듯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폼페이오 방북 협의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일괄타결 시도가 벽에 부딪히면서 '살라미 전술'(비핵화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방식)로 불리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 방식에 말려들게 됐다는 지적에서부터 북한이 과연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미중이 심각한 무역갈등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최근 미국발로 '중국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하고,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상황도 우려를 낳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 북한이 보이는 태도를 보면 비핵화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보다 이른 시기에 북한 비핵화 시간표나 신고·검증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생각해 온 북한 비핵화는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비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북미 양측이 여전히 상호신뢰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북한은 7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양측 모두 상대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신뢰가 존재하는 이상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순서와 방식으로 조합하는 데만 성공하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나, 국제사회에 변화를 이끌 리더로 화려하게 등장한 김 위원장 모두 협상판이 깨질 때 잃을 것이 너무 크다는 점도 두 정상이 대화의 끈을 쉽게 놓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협의 종료 후 '북미정상 공동성명의 세 부분인 평화로운 관계 구축, 안전보장, 비핵화는 각각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한다면서 "북미간에 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대해 인식차이가 확인된 상황에서 비핵화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 보이나 결국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때 착수하는 양 정상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동에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북한 통치자 김정은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bulls@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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